머리를 쪽지던 어머니의 모습
어느덧 내 나이 칠십.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음속 깊이 사무치는 한 분이 있다면, 단연 어머니일 것입니다.
5월이 되어 따사로운 햇살이 등을 덮는 순간, 나는 문득 그 시절, 쪽을 지고 머리를 올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.
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늘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어려운 삶을 꾸려가시던 그 모습은 어린 내게 늘 큰 산처럼 느껴졌습니다.
파마머리로 나타나신 어머니
그런데 어느 날, 어머니는 평소와 다르게 파마를 한 머리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.
아이였던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죠.
그리고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동대문 시장 근처로 이끄셨습니다.
시장의 활기, 사람들의 웃음소리, 그리고 거리에서 피어오르던 호떡 냄새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.
“우리 아들, 뭐 사줄까? 뭐든지 말해봐.”
그 말씀에 나는 망설임 없이 “호떡 하나면 돼요.”라고 대답했지요.
당시의 나는 그저 시장 구경이 좋았고, 호떡 하나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을 기분이었을겁니다.
나중에 알게 된 진실
한참 후 나는 그날의 숨겨진 이야기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.
어머니는 너무도 심한 생활고 속에서 동생들의 끼니를 챙기기 위해,
그 아끼시던 머리카락을 잘라 파마를 하고, 그것을 팔기 위해 동대문 시장으로 가셨던 것이었습니다.
그 아픔과 수고를 내게 드러내지 않으시고, 오히려 호떡 하나면 족하다고 말하는 아들의 마음에 흐뭇해하시며
몇 번이고 그 이야기를 회상하시던 어머니…
그 모습이 지금의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, 가슴 저리게 만듭니다.
어머니의 희생, 그 깊은 사랑
조선 중기 문신 **이조년(李兆年)**의 시조를 적어봅니다
“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,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,
품어가 반길이 없으니 이를 설워 하노라”
우리가 그 은혜를 생각하고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때면 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니.
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열매 같은 존재였습니다.
하지만 그 사랑을 제때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나날들, 잘못해 드린 것만 생각나는 불효의 시간들..
효도하고 싶어도 할수없는 아쉬움.
우린 시간이 흘러 부모가 되서야 그 사랑이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.
글을 맺음 –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생각하며
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.
당신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?
그 손길, 그 눈빛, 그 머리카락 한 올에 담긴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?
5월입니다.
따뜻한 봄바람 속에 어머니의 숨결을 떠올리며,
비록 곁에 계시지 않더라도 그 사랑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기시길 바랍니다.
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면,
“사랑합니다” 한마디라도 꼭 전하시길 바랍니다.